top of page
온기 6중첩 이상일 경우, 1평생간 아군에게

 

맞닿은 손의 표면적 낱낱이 만나고

나의 무의식에 너의 의식이 와닿아.

세상 그무엇이 네 온정만큼 세차랴

 

-

온기 2중첩

 …깼어?

 반쯤 잠긴 목소리. 언제부터 잔 건지는 알 수 없다. 줄곧 잡고 있던 손은 이 자의 것인가. 무의식 중에도 느껴지던 온기가 세차다. 따뜻함이나 차가움 같은 건 느끼지 못한 지 오래됐으나 그의 온정만큼은 맞닿은 손을 통해 느껴지니 그야말로 온기가 세차다고 하겠다.

 평소보다 차분한 목소리에 상반되게 붕 떠 있는 머리칼이 우습다. 팔을 뻗을 수 있다면 곱슬한 머리를 한번 눌러봤을 텐데, 생각에서 그치고 얼굴로 시선을 옮긴다. 헤실하게 웃고 있다. 뭐가 그렇게도 기쁜지. 눌린 얼굴엔 베고 잤던 소매의 구김이 그대로 드러난다. 하나 뿐인 베개를 양보하곤 제 소매를 베고 자면 된다던 엊저녁 음성이 아직 선명하다. 아침 뭐 먹을까? 짐의 대답이 중요한 질문인가, 짐은 음식을 섭취할 필요가 없다만. 네가 먹고 싶은 걸 먹으라는 말에 구겨지는 미간과 이마를 짚는 손을 본다. 정말 안 먹어도 괜찮겠어? 뭐라도 먹어야 낫는데. 이 몸에 드리운 저주는 음식에 대한 욕구가 철저히 사라지는 것이라, 정말 아무것도 먹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고 답하자 우선은 웃어보이는 얼굴이 있다. 힘주어 상체를 일으키고 이마에 제 손등을 한번 짚더니 덜컥, 침대가 살짝 들린다. 낫과 소쿠리를 들고 집밖을 나서며 부러 크게 낸 외침도 들린다. 너는 누워있어! 아직 상처 다 안 나았잖아.

 쾅

 마지막까지 친절치는 못하다.

 

 

-

온기 3중첩

 

 속은 여전히 번잡하나 겉은 고요하다. 이 공간에는 어지러이 흐르는 어둠이 없다. 그 자리를 햇살이 가득 메우고 있어,

밝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고 그를 실감할 수 있는 시각적 경험. 한때는 당연한 것이었으나 봉인에 갇히며 이 감각을 한참 잊고 살았다. 슥 훑어보다 손때 묻은 나무 절구에 눈이 간다. 척 보기에도 한 구석이 은근히 패였다. 그렇게 된 경위를 상상하다, 남의 공간을 들여다 보는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아 감고 만다.

 이제 어디로 갈지를 궁리한다. 동굴로 돌아갈까. 세상에 나가봤자 짐을 반길 이도 없고 짐 또한 그들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을테니. 아, 더 이상 스스로를 짐이라고 칭하면 안 된다는군. 백성들의 야유 소리가 커진다. 어깨죽지가 더욱 쑤셔온다…, 여전히 나의 것은 아닌 신체이나 가만히 누워 통증만을 느끼고 있자니 부정하기도 어려울 만큼 이 몸은 나의 것이다.

 고통을 잊고자 생각을 다른 쪽으로 돌린다. 어차피 몸이 묶여있으니 할 수 있는 것도 생각 뿐이다. 이 공간에 거부권 없는 초대를 받은 날, 무의식의 저편에서 어렴풋이 들렸던 말이 맴돈다. 신기하다, 어떻게 침대에서도 둥둥 떠 있을까? 사람이 아닌가… 아차, 이런 말은 실례려나. 그치? 너희가 보기에도 신기하게 보이지. 어쩌면-

 잇속 한번 챙기려는 속셈으로 보기에는 퍽 정겹더군. 아니, 정겹다기보다도 고팠다. 사람이 고픈 이나 그렇게 말을 많이 하지,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자를 두고. 다시 눈을 떠 부엌을 바라본다. 찬장에도 한 벌, 나와있는 것도 한 벌 뿐이다. 누군가와 함께 살았었나. 아니면

그리고 문득, 몇백년간 지겹도록 해온 생각이, 이제는 다른 이를 향함을 짚는다.

 누워있자니 다시금 잠이 온다. 오지는 않는다, 잠을 청하고 싶다, 영영. 이 불편한 감각에서 벗어나 안식을 누리고 싶다. 나를 붙잡지 않으면 좋을텐데. 이승의 연을 더 늘리고 싶지 않아…

인기척이 다가온다. 숨을 죽이고 눈꺼풀을 덮는다.

온기 4중첩

 

 보글보글 보글보글 보글보글…

 자기에는 어지간히 시끄럽다.

 세 걸음 남짓 떨어진 곳에서 무언가 끓이고 있기 때문이다. 방이라고 할 것도 없이 들어왔을 때 보이는 게 집의 전부라 영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 나라의 복지 제도는 어찌 이리도 열악한가. 꼴에 군주 행세 할 놈의 얼굴이 궁금하다. 넘침 여부가 신경쓰일 만큼 끓는 소리가 지속될 즈음, 찬찬히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흐음, 무언가를 톡톡 뿌려넣더니 이윽고

 음!

 이내 그릇에 담아 탁자로 옮겨오려다… 걸음을 이쪽으로 옮긴다. 찬찬히 눈을 뜨자일어나있었구나. 일어났다기엔 누워있는데도, 낯빛이 밝아진다. 한입이라도들지않을래앗아픈데먹기에는좀질긴가,소화안될수도있겠다….잠시만기다려,조금더끓여서걸쭉하게만들어올게. 다시 부엌(이라고 칭하기도 민망한 세 발자국 옆)으로 향하는 그의 다급한 발걸음에 목구멍이 서린다. 누가 이런 너를 혼자로 만들었나?

무얼 넣은 것이냐고 묻자 나무껍질이라고 답하는 음성에는 악의가 없다.

 

 흙이 묻어있지는 않나?

 내가 나무껍질 스프 한두번 만들어 본 게 아닌데, 여태껏 흙 나온 적은 한 번밖에 없었어.

 ….

 그것도 할아버지께 처음으로 배운 날이라 그랬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정말.

 끌리지 않는 식재료인데.

 왜? 못 먹을 것도 아닌데! 요즘 한창 보릿고개라 나무껍질 경쟁도 얼마나 치열한지 몰라…. 있을 때 먹어둬야 해.

 

 에서 대화를 잠시 멈추고 그릇에 담아온다. 몇 걸음이라고, 오는 길에 한김 식히려는지 바지런히 입김을 불어둔다. 네가 맛볼 때도 입김을 불었던가? 방금 대화의 충격으로 몇분 전 일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어쩐지 네가 쓰던 것보다 조금 작아보이는 숟가락, 그에 건더기를 꼭꼭 담아 한 번 더 잘 불어 입가로 내민다.

 

 빈 속에 약 먹으면 안 되니까 한 숟갈이라도 들어.

 ….

 아~

 완전히 나를 어린이 취급하는군.

 어린이 아니야?

 그렇게 보이나?

 응, 우선 먹고 얘기할까.

 불가항력으로 입에 담고 나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맛이 없다. 숨기기에는 너무한 맛이라 표정에 드러났는지, 뱉으면 안된다고 누차 강조하는 말에 힘겹게 삼킨다. 한 사람 먹기에도 부족한 양을 왜 네 입에 넣지 않고. 억지로 한 그릇을 다 먹이려기에 반절만 먹고 함구한다. 입이 짧구나, 다음엔 조금만 준비할게. …다음도 있나.

 아득한 심정을 모르는 채 손수건으로 입을 닦아온다. 부드럽게 거슬거슬하다.

 약 달여올 테니까 자면 안 돼! 먹고 바로 자면 소 되는 거 알지? 헛웃음이 터진다. 억겁의 세월이 지났는데도 저 관용구는 그대로 쓰이는구나. 나의 나라의 흔적은 건재하누나… 나의, 아니 나였던-

 

 

-

온기 5중첩

 

 예의 없군.

 아냐, 다들 얼마나 좋은 분들인데!

 좋은 사람들이 이 날씨에 사람을 산 아래로 부르나?

 그치만… 비 많이 와서 다들 감기 걸렸을텐데 어떻게 안 가. - 네 아기는 특히 열이 심하길래 물수건으로 닦아줬더니 많이 내리더라.

 그 정도는 네가 아닌 누구라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나.

 아이, 참. 그것만 했겠어. 당연히 약도 좀 나눠드리고 왔지! 너, 자꾸 죽 먹기 싫어서 딴소리 하는 거 아냐?

 흥.

 이제 거의 다 나아가니까 며칠만 잘 먹으면 된대도. 그럼 언제까지고 여기 있을 거야?

 …응.

 무슨 말 했어? 작아서 못 들었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오늘 그래도 나름 많이 벌었으니까, 내일 저녁엔 이별 파티 겸 맛있는 거 먹자! 음, 그래도 명색이 약초꾼인데 이런 말 하면 좀 그런가… 혹시 따로 먹고 싶었던 거 있어? 침대에 누워있던 동안 계속 생각났던 음식이나 즐겨 마셨던 음료 같은 거!

 …오랜만에 와인 한 잔 할까.

 너 술 마실 수 있어?

 아, 네가 아직 술을 살 수 있는 나이가 아닌가.

 …

 어쩔 수 없지. 아쉬운 대로 치즈라도

 …있지, 네 원래 나이가 몇 살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그래도 나름 성인으로서 또 약초꾼으로서 해 줄 수 있는 말은, 어린 나이에 음주를 시작하는 건 좋지 않은 버릇

 …안주는 치즈로 부탁하마.

 뭐? 아직 이불 덮지 마, 저녁은 먹고 자야지!

 내일을 위해 오늘부터 굶겠다.

 힘 빼, 기껏 아물었는데 다 터지겠어!

 …드르렁.

 너 코 안 고는 거 다 알거든.

 …너는, 아니, 아니다… 먼저 눈 붙이마.

 왜 그래? 나 코 골아? …분명 잘 필요 없다 해놓고 이러기야?!

-

미완성본입니다... 뒷부분 이쪽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image.png

※ QR코드를 클릭하여 남은 온기를 쌓을 수 있습니다.

와진짜로제출마감1분전입니다이런걸내도되는건지모르겠습니다. 브랜라르파이팅제발잘살길두사람꼭행복해

© 2035 by Alice Styles. Powered and secured by Wix

bottom of page